결혼이민자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 ?
한국염
지난 4월 15일자 발표된 대법원 등기호적국의 ‘국제혼인 현황’에 따르면 2006년 국제결혼 건수가 전체 국민 결혼의 11.6%를 차지하는 반면, 국제결혼 이혼율도 해마다 증가해서 2003년 1.6%에서 2006년에는 4.9%로 3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특히 농촌 지역이 도시보다 이혼율이 높은데, 이렇게 농촌 지역의 국제이혼 비율이 높은 것은 신랑이 모든 비용을 대고 한국보다 어려운 나라에서 신부를 데리고 오는 매매혼적 결혼방식과 문화적 갈등, 그리고 서로 다른 언어로 인한 의사소통 부재를 그 근본원인으로 보고 있다.
매매혼적 결혼과 문화적 갈등, 의사소통 부재 등의 이유가 복합되어 아시아 배우자에 대한 학대와 유기, 착취 같은 가정폭력을 유발하고 그 결과가 이혼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다문화가족의 안정을 위해서는 매매혼적 국제결혼의 문제 해결과 성평등적인 다문화 사회로의 인식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여성결혼이민자 지원정책을 보면 한국가족과 한국사회에 동화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한계점이 노출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6년 4월 26일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지원 대책을 비롯해서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보면 ‘다문화’를 내세우면서도 ‘동화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차별해소를 내세우면서도 여성결혼이민자 개인의 존엄이나 인권보호라는 측면보다는 ‘한국가족에 대한 통합’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듯하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볼 점은 결혼을 매개로 한국에 왔다고는 하지만, 비교적 남·녀의 성역할이 평등한 문화를 갖고 있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을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가부장적 한국가족질서로 편입시키고 한국에 동화 내지, 한국화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가족 중심적 지원책을 세우다 보니 이주여성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족중심 정책에서 가족구성원인 이주 여성의 인권은 설 자리가 없다.
현재처럼 국민 8명 중 한 명이 국제결혼을 하는 증가 추세대로라면, 2020년경이면 5명 중 한 명이 국제결혼을 할 전망이다.
국민 20%가 이주여성과 그들의 자녀로 이루어지고, 농촌의 경우 절반 이상의 구성원이 이주여성들이 된다는 얘기다.
이미 농촌에 가면 결혼이주여성이 이장이나 마을 부녀회장을 하는 경우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이제는 결혼이주자를 더 이상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대상이나 복지 지원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적응지원은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결혼이주여성을 ‘시민권’을 가진 한국시민의 한 사람으로 보는 자리매김이다.
이주여성을 위한 정착 지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강화하는 일, 시민으로서의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결혼이주여성은 우리의 시민이다.
물론 한국화 된 시민으로서가 아니라 이중문화의 정체성을 가진 시민으로서,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이루게 될 때 비로소 다문화, 다민족 공생사회로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광주일보의 온누리안 시리즈에 실린 기고문입니다.기사등록 : 2007-07-08 오후 7: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