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아내로, 인간으로  대해주세요.

                                                                      한국염
                                                      귀환한 베트남 여성들을 만나고 와서

지난 9월 13일에서 16일  3박 4일 동안 호치민을 다녀왔다. 국제결혼을 해서 한국에서 살다가 배트남으로 돌아간 귀환이주여성을 만나기 위해서다. 어느 날 베트남신문 통신기자로부터 베트남의 한 성에 국제결혼해서 한국에 살다가 돌아온 베트남 여성들이 약 3백 명 가량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침 결혼으로 이주한 여성들 중에 귀환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던 차, 베트남을 방문해서 그 여성들의 귀환 후 삶을 알고 싶었다. 처음에는 이 지역을 방문해서 실태를 조사하려고 하였으나 거리가 너무 먼데다 베트남 정부의 허락 등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그 지역을 방문하지 못했다. 그 대신에  우리 센터와 관계를 맺고 있다가 귀환한 여성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방문해서 만나보았다. 첫날은 우리가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 한 명을, 다음 말은 호치민에서 승합버스로 다섯 시간 걸리는 지역에서 3명을 만났고, 그 다음 날은 세 시간 걸리는 곳에서 한 여성을 만났다. 원래는 7명을 만나기로 했으나 아기 때문에, 또는 집이 원체 시골인데다 오토바이가 없어 두 명이 나오지 못해 다섯 명 밖에 만나지 못했다.    
이들을 만나기 전에 짐작이 갔던 것은 이들이 한국에서 가정폭력이나 인격 모독, 또는 문화의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귀국할 수밖에 없었고 귀국한 후에는 어려운 삶을 살고 있으리라 짐작하였다. 막상 이들을 만나보니 예상 외로 밝은 건강한 표정들이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들이 결혼하고 한국에 와 보니 처음 이야기와 상황이 달았다고 한다. 능이라는 여성은 시부모님을 모시고 농사일을 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집을 나왔다고 한다. 융이라는 여성은 임신을 했는데도 남편이 폭력을 해서 집을 나왔다고 하는데, 남편 폭력 문제 보다도 성격이 안맞는게 더욱 힘든데다 결정적인 것은 시아버지가 예쁘다며 자꾸 신체접촉을 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항이라는 여성은 결혼해서 한국에 와보니 남편의 전실 자식이 있었고, 남편이 전 부인을 자꾸 만나는 게 싫은데다 임신을 했는데도 남편이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짱이라는 여성의 경우는 남편의 구타로 귀환한 경우였고, 깜뛰와라는 여성은 거의 집에 갇혀 살다시피 했는데, 너무 외로워서 가출하였고 일을 해서 베트남에 돌아오는 여비를 벌어 귀환하였다.
  이들은 귀환한 후 아기가 있는 여성은 집에서 아기를 기르며 살림을 하고 있었고 다른 여성들은 공장에 취업해 일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 대한 증오심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한국에 다시 오고 싶어 하는 여성보다 하루 14시간 일하고 한 달에 14만원 밖에 못 버는 힘든 생활을 하지만, 지금이 행복하다고 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이들 중 남편과는 사이가 괜찮았으나 시댁 가족과의 갈등 때문에 귀국한 여성의 경우 다시 한국에 돌아오고 싶어 했다. 귀환한 여성들을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는 호치민 도시와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달랐다. 호치민에 사는 사람들은 그럴 수 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농촌에 사는 경우 주변에서 “네가 잘못했으니까 쫒겨 온 것 아니냐?” 하고 좋지 않게 반응을 한다고 한다. 그래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며 담담히 웃었다. 다섯 명 중에서 3명은 한국에 돌아오고 싶어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또 다른 외국인과의 결혼을 주선해 준다고 해도 다시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한국 사람과 결혼하려는 베트남 여성에게는 그냥 막연하게 한국가면 잘 살 거란 생각만으로 결혼하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인들이 결혼해서 한국에 간 베트남 여성들을 아내로, 인간으로 잘 대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자기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던 이 여성들이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기 마을에 1,000명 이상이 국제결혼을 했는데, 인구비율을 보면 10명 중 3명이 국제결혼을 한 셈이라고 한다. 이렇게 국제 결혼한 여성들 중 3분의 1 정도가 돌아온 상태라고 한다. 이들 중 태반은 대만 사람들과 결혼한 여성들인데, 최근에는 한국 사람과 결혼했다가 귀환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과 대만의 결혼 역사가 우리 보다 10년 정도 빠르니 대만에서 귀환한 여성이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듯하다. 문제는 한국인과 결혼했다가 혼인이 파탄되어 귀환하는 여성들이 늘어난다는 것인데, 이 시점에서 귀환한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 당부한 말을 다시 한 번 음미할 필요가 있다.  
“ 우리를 아내로, 인간으로 대해주세요!”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한국에서 사는 동안 남편이나 가족들이 자기들을 진정한 아내로 대해기 보다는 일꾼으로 대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남편이 기분 나쁘면 “내가 너를 데려오느라 든 돈이 얼마인데 속을 썩이느냐?고, 자기도 알지 못하는 말을 하며 화를 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결혼 비용을 남편이 다 부담하는게 당연한데 그런 이야기를 하면 도무지 납득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런 것들이 샇여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우리 사회가 국제결혼해서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여성들을 진정한 아내로, 사람으로 대했다면, 이 여성들이 자기들이 선택한 이 땅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뿌리를 내리고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자기 나라로 아픔을 안고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하는 생각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금 베트남에는 한국이 투자순위 1순위임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국민이 싫어하는 국가 순위로 대만에 이어 2순위라고 한다. 현지 기업인들에게 함부로 하는 한국국민의 자세 탓도 있지만, 대만과 한국 모두가 베트남과 국제결혼을 하고 있고, 또 그 국제 결혼한 베트남 여성의  순탄하지 않은 삶의 모습들이 베트남에 한국의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는 함수관계로 작용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제결혼 증가율만큼 빠르게 이혼율이 증가하는 오늘의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이주여성을 위한 정책을 세웠으면 한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를 인간으로 대해주세요.”하고 담담히 말하던 그이들의 얼굴이 지워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