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잎 새
한국염 대표
오 헨리라는 작가가 쓴 “마지막 잎 새”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두 자매가 살고 있었는데, 동생은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동생의 창문 앞에 커다란 나무 한구루가 있었지요. 바람이 불 때 마다 나뭇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졌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무에 붙어있는 잎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동생은 생각합니다. 저 나무 잎이 다 떨어지면 나는 죽고 말겠지…, 희망이 없어진 동생은 점점 건강을 잃어갔고 병도 깊어갑니다. 드디어 나무에는 마지막 한 잎만 남게 되었습니다. 동생은 마지막 남은 잎 새를 보며 슬프게 말합니다. “저 나뭇잎이 떨어지면 내 생명도 끝날 거야!”
그날 밤 바람이 몹시 불었습니다. 동생은 이제 마지막 남은 잎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나도 끝이구나…아침이 되어 한사코 말리는 언니를 재촉해서 창문 커텐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모진 바람 속에서도 마지막 남은 그 잎 새는 그대로 나무에 붙어있었습니다. 그걸 보며 동생은 희망을 얻게 되었고, 마침내는 병에서 회복되는 행복한 이야기로 끝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 마지막 잎 새에는 숨겨진 아름다운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웃에 사는 늙은 화가가 그 동생을 위해 나뭇잎을 그려놓았다는 것이지요. 그 나뭇잎을 그려놓고 노인화가는 죽었습니다. 노인이 목숨을 걸고 그린 나뭇잎 때문에 동생은 살아났습니다. 마지막 잎이 희망의 잎이 된 이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무렵에 많이 읽혀지던 이야기입니다.
2008년 12월, 올해 마지막 달력이 달랑 한 장 벽에 붙어 있습니다. 이 해가 다 지나면 이 달력을 떼어내야 합니다. 마지막 남은 달력을 보면서 우리의 지난 일 년을 돌아보게 됩니다. 기쁜 일도 있었고, 슬픈 일, 속상한 일도 있었고, 보람 있는 일도 있었고, 후회되는 일도 있었고 …여러가지 일이 많았지만 올 한해 있었던 일들을 모두 좋은 추억이 되어 새해를 위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원래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은 다가 올 새로운 해를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몸체에 붙어 있던 잎을 떨구어 내어 영양이 모자라지 않게 하고, 나무에서 떨어진 잎은 썩어서 거름이 되어 다음 해 그 나무는 떨어진 나뭇잎 덕으로 새 싹을 틔우고 더욱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 센터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 센터를 찾는 결혼이민자 여러분과 함께 보낸 시간이 기쁜 일도, 보람 있는 일도 있었습니다. 동시에 가슴 아픈 일도, 속상한 일도, 또는 좀 더 친절히, 성실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도 남습니다. 이제 2008년 마지막 달력을 떼어내면서 속상했던 일이나 후회도 같이 떼어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한 해 있었던 모든 일들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만들어 새 해에는 보다 나은 한 해를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우리 센터는 이주여성 여러분의 마지막 잎 새가 되고 싶습니다. 우리 센터를 통해 이주여성들이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아주여성들의 코리안 드림이 꽃봉오리로 피어나고,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땅이 되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그런 희망의 잎 새가 되고 싶습니다.
2008년 한 해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새 해에도 우리 센터 때문에 여러분이 행복하고, 여러분 때문에 우리가 행복한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