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심사 시 자유민주주의 체제인정 서약서 징수”는 인종차별이다.
한국염/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우리나라에 귀화한 외국인의 수가 2011년 1월 24일자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0년 12월 20일 법무부는 「2011년 업무보고회」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2011년 2월부터 “외국인의 귀화 심사 시 자유민주주의 체제 인정 서약서 징구”를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법무부의 말처럼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고자 하는 외국인이 그 국가의 기본질서를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귀화를 허가할 때는 해당외국인이 우리나라의 국가적 정체성, 기본원칙 등을 인정하면서 국가 구성원과 조화를 이를 수 있는지 구두로 확인, 검증해왔고, 선서를 통해 국민이 되는 결단을 하도록 해왔다. 그런데 왜 ‘서약서’ 의무화인가?
서약서를 받겠다는 뉴스를 접하고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준법서약서”였다. 비록 법무부가 과거에 내국민에게 적용하던 ‘사상전향제’나 준법서약서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력히 주장하지만 귀화신청자가 서약서 제출을 하지 않으면 귀화를 불허한다는 방침이 준법서약서나 사상전향제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법무부의 ‘서약서’ 요구는 그 배경부터가 문제다. “2010년 북한의 천암한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국가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안보정책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사회주의권 국가출신이 93%가 넘는다는 것”을 이유로 ‘서약서’와 ‘국가안보’를 연결하고 있다. 이는 사회주의권 출신 이민자들을 체제와 사상의 전향이 필요한 자들로, 국가안보의 잠재적 위험인자로 낙인을 찍는 것이다. 이는 법무부가 ‘서약서’의 당위 모델로 삼고 있는, “정부를 폭력으로 전복하는 것을 주장하거나 이를 꾀하는 정당이나 단체에 가입한 사실이 없을 것”이라는 일본의 국적법상에 나타나 있는 귀화허가 요건을 ‘서약서’ 의무화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에서도 여실히 들어난다. ‘서약서’를 요구하는 이런 시각은 근본적으로는 인종차별 정책이며,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귀화이민자에 대한 적대감과 분열을 조장할 우려를 낳게 한다.
이렇게 ‘인종차별’ 제기를 의식했는지 법무부는 ‘서약서’를 의무화하면서 그것이 헌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무부의 말대로 헌법전문에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과연 ‘서약서’가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한 민주적 기본질서’에 합치되는 것인가? 오히려 강요와 분리를 바탕으로하기 때문에 헌법불합치에 가깝다.
귀화 허가 심사 시 ‘자유민주주의 체제 인정서약서 징구’제도는 인종차별적이며, 헌법의 정신에도 위배되는 정책이다. 정부는 차제에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 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는 유엔인권선언 제2조의 법정신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평화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정책을 세우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여성신문 1월 20일자 여성논단에 게제된 글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