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회복이 최선의 해결책,
 -이주여성에게 자녀 학업부진 책임 지우지 말아야!

                                                                                         한국염/

“엄마가 외국인이라 국제 결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한국어를 잘 못하고, 학습지진이 일어난다.” 이건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에 관한 문제를 짚을 때 언제나 제기되는 단골 메뉴다. 정부 관계자나 교육학자가 언론에서 서슴치 않고 발언하는 것을 보면 혀를 차게 된다. 왜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이 한국어가 미숙하고 학습지진이 일어나는 것을 엄마인 외국인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가? 그 집의 한국인 아버지, 한국인 식구들은 무엇을 하고, 교육의 책임을 외국인 엄마에게 지게 하는가?

 “엄마가 외국인이라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이 학습지진이 일어난다.”는 지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답이다. 2008년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초등학생에 달하는 만 7세부터 12세의 아동 가운데 15.4%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으며, 중학생은 39.7%, 고등학생은 69.7%가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어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학교 중도탈락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다문화가족 자녀의 학교생활 중도 탈락률이 높은 원인으로 “한국어가 미숙한 결혼이민자와 생활하게 됨에 따라 언어발달 지연, 기초학력 부진, 따돌림, 차별”을 제시하고 있다. 2008년에 제정된 제1차 외국인지본정책에서도 “결혼이민자 2세의 경우 엄마의 한국어 구사능력 부족,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환경”을 기초학습 부족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다문화가족 자녀의 학습부진 원인을 ‘외국인 엄마’ 때문으로 강조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교회에서 빈민 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지금은 ‘지역아동센터’라고 불리는 공부방을 한 20년 째 운영하고 있다. 이 이이들 역시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별 문제가 없다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지진 현상이 일어난다. 부모들이 다 한국인인데도 그렇다. 왜? 현재 우리 학교에서 공교육은 실종되고 사교육에 교육을 일임하기 때문에 사교육을 시킬 수 없는 가정의 자녀들은 도태하게 되어있다. 다문화가족의 90%는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며, 자녀 교육의 책임을 엄마에게 부과하고 있는 현실이 개선되어야만 한다.

 필자의 가족이 독일에서 한 3년 공부하느라 머문 적이 있다. 장학처의 주선으로 도촉하자마자 한 것은 5살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10살 된 아이는 학교에 보내는 일이었다. 독일어 ABC도 모르는 딸은 어린이집에 가더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독일어 실력이 늘더니 6개월 지나니까 독일 아이들과 의사소통을 잘 하고 1년 지나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아무 문제가 없이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했다. ‘한솜’이라고 부르는 큰 아이는 10살에 독일 초등학교에 3학년으로 들어갔다. 역시 독일어 한 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학교 담임선생님은 수업이 끝나면 독일어 그림사전을 놓고 개인적으로 한솜이에게 독일어를 가르쳤다. 그 결과 일 년 반 후에 독일 중학교에 진학했고, 3년 후에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학교에서 공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외국인 아동들이라고 해도 학습 진도에 문제가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우리 학교에서  “엄마와 함께 받아쓰기 10개 해오기” 등 교육의 책임을 엄마에게 부과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에서 아동교육을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교육 회복으로 다문화가족의 자녀 학습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외국인 엄마’에게 교육의 책임을 묻는 것은 가뜩이나 한국에 적응하느라 힘든 결혼이주여성의 가슴에 못을 박는, 또 하나의 폭력임을 인지해야 한다. 진정 다문화가족 자녀의 미래가 염려된다면 공교육정립이 우선적 과제다.   


<이 글은 2011, 3월 8일 여성신문 여성논단에 게제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