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안이 이주여성의 인권에 주는 의미
한국염/대표
지난 2011년 7월 11일부터 29일까지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서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이행을 심의하기 위한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제 49차 세션이 열렸다. 이번 세션 중 7월 1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국 정부의 제7차 정기보고서를 심의하였다. 이 심의를 위하여 한국정부는 2009년 12월에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 동안의 ‘한국정부의 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상황에 대한 보고’를 유엔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여성 차별문제에 관심하는 NGO들이 유엔에 제출한 정부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한국 여성차별의 현장과 문제를 제대로 반영한 보고서가 아니라는 판단아래 ‘한국정부의 정기보고서에 대한 민간단체 반박보고서’을 작성키로 하고 여성단체연합을 중심으로 뜻을 같이 하는 단체들이 모여 NGO보고서 작성에 들어갔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에서 법률적 검토를 도와서 최종 민간보고서(Shadow Report)를 작성하여 유엔에 제출했다. 우리 단체도 이주여성의 인권을 위한 대표적 단체로서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하였다. 보고서를 제출한 한편, 민간보고서에 실린 우리의 의사를 반영하여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여성인권에 기여할 수 있는 권고안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대표단을 구성해서 유엔이 참석했다. 나의 경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대표로서 아시아이주노동자협의회(Migrant Forum in Asia) 여성분과 한국측 코디네이터의 자격으로서 MFA를 통해서도 유엔에 보고서를 낸 한편, 여성단체연합의 회원단체 대표로서 한국 NGO 측 보고서 작성에도 참여하였다.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은 1979년 12월 18일 채택되었고, 20개국의 비준을 얻어 1981년 9월 3일에 발효되었으며, 우리나라는 지난 1985년 1월 26일에 비준을 해서 협약이 발효되기 시작했다. 국제협약에 가입하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미친다. 한국은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가입한 당사국으로서 유엔의 권고사항을 이행해야할 의무를 지닌다. 따라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정부의 보고서를 어떻게 채택하고 어떤 권고안을 내는가 하는 것은 한국의 여성인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유엔의 권고를 받은 당사국이 권고안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제사회의 법적 제제가 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권고사항을 계속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당사국의 이미지가 추락되기 때문에 정부로서 권고사항 이행을 고려할 수밖에 없으며, 우리 여성 NGO들 역시 이 문제에 관해 적극적으로 관심하고 대응해야만 하는 사안이다.
이번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제49차 세션 NGO 참가단은 한국 정부의 정기보고서에 대한 NGO 반박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와 국제센터 관계자, 여성단체연합의 회원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대표 등 6명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 여성인권위원회 소속 4명, 총 10명으로 구성되었다. 한국 정부의 보고는 19일에 있지만 7월 13일부터 위원회를 참관하여 다른 나라의 보고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한편, 위원들에 대한 브리핑과 로비활동을 어떻게 할지 교육을 받고 한국 정부보고에 대응할 준비를 하였다.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다른 위원회와 달리 민간단체의 보고를 듣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는데, 바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초청에 응한 CEDAW 위원들에게 NGO의 입장을 보고하는 브리핑 시간과 CEDAW 위원들과 NGO 대표들과의 비공식 회의(NGO Informal Meeting with the CEDAW Committee) 시간이다. 이 시간을 이용해서 우리 NGO 대표들은 한국여성운동의 쟁점에 무엇이고, 한국정부가 놓친 부분이 어떤 것이며, 또 사실과 다른 보고를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쟁점화 해서 알리는 일을 했고, CEDAW 위원들에게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하는 로비활동을 전략을 짜서 전개했다.
7월 19일에 열린 한국 정부 심의는 정부 대표단 대표인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이 보고서의 개요를 소개한 후, CEDAW 위원들이 여성차별철폐협약 조항의 순서에 따라 한국 정부에 질문을 하고 의견을 개진하면 이에 대해 한국 정부 대표단이 답변하고 다시 CEDAW 위원들이 추가 질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질문에서 한국 NGO 참가단들이 점심 브리핑과 비공식 회의(NGO Informal Meeting with the CEDAW Committee)에서 제기했던 거의 모든 쟁점들이 다루어졌다. 특히 이주여성과 관련한 질문들이 많았는데,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의 신원보증이나 배우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없이도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들 의향이 있는지, 가정폭력피해 이주여성을 보호할 어떤 법적 장치가 있는지, 연예인비자(E6-2)를 가지고 입국하는 여성들이 인신매매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는 무엇이며, 피해자의 인권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지, 어떻게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에 관한 협약을 비준할 의사가 있는지, 인신매매방지법을 제정할 의사는 있는지 등에 관한 질문이었다. 위원회가 이날 한국정부에 한 질문들은 후에 한국정부에게 이행해야 할 권고사항으로 이어졌는데, 위원회는 이주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해 “가정폭력에 대한 예방과 보호를 위한 가능한 조치를 포함하여, 외국인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와 베상방안을 인지하도록 여성에 대한 인식개선캠페인을 시행할 것, E-6비자로 입국하는 여성이주노동자와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입국하는 외국인 아내 다수가 인신매매와 성매매 착취의 피해자가 되는데 대해 우려하면서 포괄적 인신매매방지법을 제정하고, 관련형법조항을 개정할 것, 외국인 여성을 고용하는 연예회사에 대한 현재의 심사정차을 강화하고, E-6비자 여성노동자들이 성매매 착취에 종속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효과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조처를 취할 것, 결혼중개업자, 인신매매자, 배우자에 의한 학대와 착취로부터 외국인 여성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제결혼중개의관리에관한법률의 효과적인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 및 조치를 취할 것, 인신매매방지의정서및 유엔국제조직법죄방지협약을 비준할 것을 한국정부에 권고했다. 특히 위원회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이 국적 신청서를 제출할 때 남편의 신원보증을 받지 못하거나, 자녀가 없는 경우 직면할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27항에서 “ 한국 정부가 한국국적 취득 요건과 관련한 모든 차별적 조항을 제거하고,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제9조에 부합하게 국적을 다루는 법과 제도를 개정할 것”을 권고하고, 한국정부가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는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이주노동자권리협약)과 유엔강제실종협약의 비준가입”을 독력하였다. 우리 센터에서 이주여성의 인권을 위해 제기한 중요요청사항들이 권고안으로 도출되었다는 것은 이번 유엔 활동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정부에게 이행하도록 요청한 권고사항은 이주여성의 인권보호와 권익신장을 위해서 꼭 필요한 장치들이다. 한국정부는 협약비준 당사국으로서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주여성들이 처한 인권적 상황을 잘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주여성의 인권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19일에 행한 정부 대표단의 보고에서도 잘 드러난 바 있다. 이주여성과 관련한 법과 법 적용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과 충돌, 이주여성 또는 다문화가족 업무에 종사하는 정부 관료들의 행정편의적 사고, 여성의 인권보다는 가족유지 우선중심의 성차별적 가치관과 제도, 외국인 인권이 차압당하고 보류당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인종차별적 행태, 이런 것들을 직시하고 개선하지 않으면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다.
이번 유엔 활동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주운동을 하는 당사자로서 이주여성의 체류권문제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보니 너무 자유권 중심의 인권문제에 집중해서 다른 중요한 부분을 놓쳤다는 것이다. 여성차별철폐협약은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차별을 구성하는 모든 조건, 즉 여성의 평등적 참여, 국적취득 상의 평등, 동등한 교육 기회, 고용상의 평등, 동등한 사회보장, 법적 평등, 농어촌 여성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향후 여성차별철폐협약을 면밀히 검토해서 이 맥락에서 전반적인 이주여성 차별문제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사항은 한국정부가 향후 4년 안에 이행해야 할 과제다. 한국정부가 위원화의 권고를 이행토록 하기 위해서 이주단체와 민간단체는 물론, 특히 이주여성의 인권에 관심하는 시민들이 정부로 하여금 유엔의 권고사항을 이행하도록 추동해내는 운동이 필요하다. 앞에서도 본 바와 같이 유엔협약은 가입당사국들이 지켜야 할 국제협약이며, 권고안은 이행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내용들을 잘 파악하여 정부로 하여금 각종 정책에 반영하도록 제안하고 이행하도록 압력을 넣는 등 적극적 이행운동을 펼쳐 권고안이 이행되도록 한다면, 이주여성의 권익신장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