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1일, 아내를 무참히 때려 사망케한 ○○○씨에 대한 선고공판이 있었습니다. 상해치사로 기소된 피고는 10년형을 구형받았지만 5년이 선고되었습니다. 상해치사는 3년 이상의 최저형량만 정해져 있는 범죄입니다. 배우자나 친인척의 경우 더욱 엄하게 받는데 이 경우 그것을 감안하여 5년형이 되었습니다.
판사는 선고에서
“피고는 사건 당일 술에 취해 심신이 미약하며 지적 장애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고가 지적인 문제로 군대에 입대했다가 일찍 면제를 받았고, 사건 당일 술을 마신 점은 인정되나 수단이나 범행이 심신미약의 상태로 볼 수는 없어 기소된 사항은 모두 유죄이다. 밀고 때려 상해 사망이라는 결과에 이르렀으므로 죄질이 나쁘고 유족과 협의도 이루어지지 않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점, 이전에 다른 범행이 없이 초범이라는 점을 비추어 징역 5년을 선고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7월 우리는 연이어 살해당한 중국동포 출신의 이주여성 사망사건을 접하며 “이주여성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외치며 유족과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뜨거워야할 한여름에 많은 이주여성들이 차가운 비를 맞으며 자신의 일처럼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사람이 사람을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일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입니다.
저희 센터는 사건 소식을 접하고 급히 유족을 만나 사건 경위를 듣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한국말을 잘하는 동포 여성들은 한국에서 비교적 적응을 잘하고 살아간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말을 잘한다고 해서 자신의 고통을 속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면 우리나라에 가정폭력으로 신음하는 여성은 없었겠지요.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엄한 처벌을 바라는 피해자 가족들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여성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당했을 가정폭력의 지속성과 다양한 방식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목격자로서 법정을 참관했습니다.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는 여성들은 자기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정말 용감한 여성들입니다. 그 꿈을 다 펼치지 못한 채 가장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폭력을 당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자신을 보내며 걱정했을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자신의 고통을 차마 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피고는 재판에서 매번 ‘착하고 예쁘고 성실한 아내“라고 진술하였습니다. 피해여성은 네아이의 어머니로, 늙으신 시부모를 모시며, 한번도 경제적인 활동을 해본 적이 없는 남편까지 부양하고 있었습니다. 가해자인 남편은 세 번의 반성문을 쓰며 반성한다고 하지만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의심과 폭력이 만든 결과가 자신의 네 아이에게 어떤 불행을 가져왔는지 상상이나 하고 있을까요? 가해자인 아버지에게 피해자인 엄마를 잃은 아이들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요? 이주여성이든, 선주민여성이든 가정폭력은 장기적으로 개인에게든 사회에게든 참혹한 불행을 가져옵니다.
선주민 여성이든, 이주여성이든, 가정폭력으로 고통을 당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제발 누구도 ‘가정문제’라는 이유로 공권력으로부터, 이웃으로부터, 가족으로부터 도움받지 못하고 죽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저희는 국내 여성단체들과 함께 가정폭력을 비롯한 여성폭력을 추방하는 일에 앞으로도 꾸준히 동참할 것입니다.
송옥진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