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결혼이민사증(비자)발급기준 강화정책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것들
한국염 대표
법무부는 5월 3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전국 출입국기관장과 해외주재관 회의를 열고 ” 결혼이민 사증(비자) 발급 기준을 강화한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미 지난 4월 23일 “결혼이민 비자 강화에 대한 간담회”를 실시한 바 있는데 이날 회의에서 다룬 정책을 다음 달 입법예고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가 제시한 비자강화 안은 첫째는 한국인과 결혼해 입국하는 결혼이민자의 경우 기본적인 한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비자를 내주겠다는 것이요, 둘째는 외국인배우자와 결혼할 내국인 초청자는 일정수준 이상의 소득 즉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국제결혼 사증을 5년 간 한 번, 평생 두 번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첫째 결혼이민자의 기본적인 한국어능력과 비자발급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법무부에 의하면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되지 않는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와 혼인을 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보고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비자 인터뷰시 기초적인 한국어 구사 능력을 심사한다는 것이다. 일차 심사에서 탈락할 경우는 6개월 후에 재심사하고 재심사에서도 탈락할 경우 입국 후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를 조건으로 비자를 발급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꼭 한국어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이 정책의 뒷받침으로 “영국,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이민 선진국에서도 결혼이민자의 기초적인 어학능력을 결혼 비자 심사 기준에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 말처럼 현행 중개업체의 알선에 의한 결혼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제결혼은 인권문제를 비롯해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서로의 언어를 모르고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없이 속성 결혼을 해서 의사소통의 부재와 문화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부부간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원만한 혼인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소통능력을 확인하는 것은 한편 수긍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의사소통능력을 심사하는 이유가 두 배우자 간의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혼인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으로 한다는 것은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언어능력 갖고 혼인의 진정성을 심사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한편 비자심사강화 토론회에서 제시된 안에 의하면 굳이 한국어가 아니더라도 부부간에 제 삼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면 한국어구사능력 면제규정을 두겠다고 하는데, 한국어구사능력 면제규정의 경우 서로 알고 하는 대다수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한국어 의사소통 검증대상은 국제결혼중개업의 알선이나 개인브로커 알선에 의한 결혼의 경우가 주 대상이 될 것이다. 법무부가 제시한 결혼이민자의 기초 한국어구사능력 입증은 TOPIK 초급1단계가 기준이다. 문제는 단계 수준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사전평가를 하겠는가 하는 평가방법의 문제다. E9으로 한국에 입국하는 노동자들이 베트남에서 한국어 공부를 할 때, 한 달에 약 5-10만원정도 내면서 약 2-4개월동안 한국어 학원을 다닐 경우 200점 만점에 약 190점 정도 맞는다고 한다. 이들의 경우는 약 2000문항 정도의 교재가 있고, 이 중에서 시험이 나온 형태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문항도 없어진다고 함). 어떤 식의 사전평가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점에 대한 내용공개가 필요하다.
둘째 한국인 초청자의 경제능력 기준에 대하여
법무부는 외국인과 결혼하는 내국인은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경제능력이 있어야 초청대상인 결혼이민자에게 비자를 주내주겠다고 한다. 법무부에 의하면 외국인과 결혼하는 내국인은 결혼해 배우자와 동거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충분한 공간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월 평균소득이 법무부가 정하는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국가로부터 생계 지원을 받는 사람이나 고시원, 모텔 거주자 등은 외국인과 결혼할 수 없게 된다.
결혼이민자의 정착과 안정을 위해서 한국인 배우자의 가족부양능력요건은 매우 중요하다. 간담회에서 제안된 법무부의 안에 의하면 결혼이민자를 초청하는 사람의 실질적 가족부양능력, 즉 주거요건과 소득요건을 심사해서 초청요건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주거요건으로는 초청자가 결혼이민자와 함께 거주할 충분하고 지속성 있는 주거공간이 있어야 한다. 즉, 고시원, 모텔 등 초청자의 주거가 결혼이민자와 함께 거주하기 불충분하거나 일정하지 않은 경우나 초청자가 부모님 등 가족을 제외한 제3자의 주거에서 얹혀 살고 있는 경우 초청이 제한된다.
소득요건으로는 초청자의 연간 소득이 법무부장관이 매년 고시하는 일정 수준의 금액을 초과하여야 한다. 연간 소득에는 근로 소득뿐만 아니라 금융․부동산 소득 등이 모두 포함되며, 신청일로부터 과거 1년간 국세청 등 공공기관에서 발급한 서류로 확인 가능한 소득만을 인정한다. 다른 사람과의 연대보증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부부간의 사이에 자녀가 있거나 초청받은 외국인의 재정상태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할 예정이다. 소득수준의 결정은 미국의 경우와 유사하게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상의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생계비에 120%~150% 범위 내에서 결정하겠다고 한다. 즉 기초생활대상자를 제외하고 차상위나 차차상위에 해당되는 사람들의 외국인배우자에게 비자를 주겠다응 것이다. 이날 밝힌 법무부의 의견에 의하면 “외국인이 결혼을 해서 국내로 들어오면 각종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배우자의 경제적 부양능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외국인 배우자의 교육에 드는 비용을 이유로 배우자의 부양능력을 심사하는 것은 너무 구차한 이유같다. 보다 근본적으로 국제결혼가정의 안정을 위해서 한국인 배우자의 부양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결혼이주여성의 한국살이 어려움을 조사하는 설문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 문화차이로 인한 갈등, 경제상의 어려움, 자녀양육과 교육 4가지를 들었다. 상담에서도 경제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상담 일선에서 보면 경제능력없는 한국인 배우자가 외국인 배우자를 취업시키고 그 돈으로 살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종종 드러난다. 결혼이민자가 당하는 경제적 어려움과 착취를 막기 위해서라도 초청자의 가족부양능력을 검증하는 것은 이주여성의 인권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법무부 안대로 검증한다면 결혼중개업체를 규제하지 않아도 그에 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부실 중개업체를 막을 가능성이 높아 중개업의 난립과 횡포를 막을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 안대로 진행이 된다면 문제가 되는국제결혼도 매우 감소될 것이다.
배우자의 경제능력을 심사해서 외국인배우자의 비자 여부를 가늠하겠다는 정책이 자칫 “경제능력 없는 사람은 결혼도 하지 말라는 말이냐?”는 인권문제에 부닥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능력없는 한국인의 결혼 대안으로 아시아 여성과 국제결혼해 어려움을 감내하도록 하는 것은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여성을 도구화하는, 성/인종적 차별임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국제결혼 비자 심사 강화에 관하여
발표된 안에 의하면 국제결혼을 위한 사증 발급에 제한된다. 그동안 한국인배우자들의 무분별한 국제결혼 남용으로 많은 문제가 야기 되었다. 그래서 국제결혼을 위한 비자 발금이 5년 이내 두 번까지로 제한되었다. 이 규정을 5년간 한 번, 평생 두 번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결혼 비자를 발급받아 결혼한 한국인 배우자가 5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결혼을 할 경우 상대방 배우자(외국인)에 대한 결혼이민 비자가 발급되지 않는다. 뿐만아니라 국제결혼비자는 평생 두번 밖에 받을 수 없다. 결혼 사증을 발급받아 국제결혼을 한 지 5년이 지나 이혼하고 다시 결혼할 경우 국제결혼 사증 발급은 평생 두 번으로 제한된다. 전문인력 등 다른 비자로 국내에 머물다 혼인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중개료만 주면 언제든지 이주여성을 여러 차례 데려올 수 있다는 왜곡된 국제결혼 풍토를 개선하고 국제결혼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법무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빈번한 배우자 초청을 제한하는 것은 여성의 상품화와 인권침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할만하다. 차제에 초청 횟수만이 아니라 연령에 대한 것도 규제해야 할 것이다.
한편 법무부 발표에 의하면 한국인의 국제결혼 비자만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이민자의 국제결혼 사증발급도 제한된다. 결혼이민으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이 이혼한 뒤 바로 다른 외국인을 초청할 수 없도록 해 결혼이민이 불법체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이해는 하겠는데 한국인 배우자의 사망이나 가정폭력 등 배우자의 귀책사유로 이혼해 영주권이나 국적을 얻은 경우에도 새로운 배우자 초청을 제한하는 규정은 과연 인권적인 것인가?
이미 현지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합방절차까지 마친 국민배우자에 대해 사증심사를 불허할 경우 생기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국제결혼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결혼이민 비자를 강화하는 것은 한편에서는 수긍이 가는 지점이 있다. 문제는 현행 국제결혼의 과정은 국민배우자가 현지에 가서 선을 보고 결혼식을 하고 혼인신고를 하고 합방절차를 거친 다음에 한국인 배우자가 한국에 돌아와 초청을 하고 비자발급을 받는 과정에서 파생된다. 아무리 미리 홍보를 하고 유예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혼인신고를 하고 사실상 합방절차를 마친 여성에게 비자가 불허된다면 여성 쪽에서 입는 피해는 엄청나다. 물론 여성은 물론이고 한국인 남성배우자도 서로 각자의 나라에서 이혼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피해도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혼인 성사 후가 아니라 혼인신고 전에 비자의 가능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 이를 위해서는 사전인터뷰제가 필수적인데, 이 문제는 사적 영역인 결혼을 국가의 허락하에 하느냐는 보편적 인권문제 소지가 있어 고민스럽기는 하다. 또한 사전인터뷰제와 함께 검토해야 할 사항이 소위 신혼여행이라는 명목하에 행해지는 합방절차다. 이 합방절차로 여성이 임신을 해서 한국인 배우자가 60이 넘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현지 영사관에서 어쩔 수 없이 비자를 준 경우도 보았다. 이미 합방절차를 마친 여성을 한국어능력 때문에 사증을 불허한다는 것 역시 인권침해소지가 있다.
한편 중개업체의 경우 사증심사요건을 명백히 해서 이에 어긋나는 사람들은 아예 중개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관리 감독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사증심사기준에 위배되는 사람을 중개한 중개업체를 처벌함은 물론 피해를 입은 결혼이민자는 남녀를 불문하고 인신매매피해자로 간주해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