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은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이하 UN 이주민협약)이 국제 인권규약으로서 효력을 발휘하게 된 날이다. 이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를 기념하며 서명운동과 캠페인, 집회를 가졌는데 한국에서도 오전 11시 국회 앞 국민은행 앞에서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가 주최하는 UN이주민협약 비준/연수제도 철폐/노동허가 실시를 위한 결의대회가 열렸다.
일반적으로 국제 협약은 입안 국가 그룹의 합의에 기초하여 유엔총회에 제출되어 투표나 동의에 의한 채택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렇게 채택된 ‘국제 문서’는 효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 (예비)서명, 비준, 가입의 절차를 밟게되는데 국제 규범으로서 권위를 갖기 위해서는 비준국이 최소한의 숫자에 달해야 한다. 이 최소 숫자는 대개 조약 자체에 정해져 있는데, UN 이주민협약은 20개 국가의 비준을 필요로 한다. 조약이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는 것은 조약의 비준, 가입국가를 구속하게 된다는 것으로, 그 이전에는 (예비)서명국가에게만 구속력을 갖는다.
UN이주민협약은 세계인권선언에서 보장하는 인간으로서 자유롭게 이주하고 노동할 권리에 대하여 이주노동자 또한 이에서 제외되지 않으며, 인간의 기본권이 어느 국가에서든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그리고 이주노동자 개인의 권리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가족 역시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함을 역설하고 있어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인권으로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UN이주민협약은 1990년에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최소 비준국 수 20개국을 채우지 못하여 국제인권규약으로서 효력이 발효되지 못했었다. 현재 이 협약을 비준한 20개 국가들은 아제르바이잔(Azerbaijan), 벨리즈(Belize), 볼리비아(Bolivia), 보스니아, 헤르쩨고비나(Bosnia & Herzegovina), 케이프 버드(Cape Verde), 콜롬비아(Colombia), 에쿠아도르(Ecuador), 이집트(Egypte), 가나(Ghana), 기니아(Guinea), 멕시코(Mexico), 모로코(Morocco), 필리핀(Philippines), 세네갈(Senegal), 시셀스(Seychelles), 스리랑카(Sri Lanka), 타지키스탄(Tajikistan), 우간다(Uganda), 우루과이(Uruguay), 엘살바도르이다. 하지만 이상에서 보다시피 현재 비준국가들은 대부분 노동력 송출국이거나 이 협약의 구속력을 덜 받을 나라들이어서, 협약의 국제법적 효력발생 이후의 각국의 기준수용과 실행 감시라는 쉽지 않은 작업이 남아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현재 국회는 한국 내의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당연히 UN이주민협약 비준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제도인 산업연수제도를 존속시키기로 최근 결정하는 등 시대적 흐름과 요청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UN이주민협약에 비준하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의 국내법적 수용이라는 데에서도 큰 의의를 찾을 수 있지만 특히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인권개념을 보다 확장시키고 국내법과 사법권을 발전시키는 데도 기여하게 된다. 국회는 이 점을 재고하여 산업연수제도를 철폐하고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는 것 외에도 조속히 조속히 UN이주민협약에 비준을 해야 할 것이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경제수치나 군사력만으로 이룰 수 없다.
-노동과 평등의 정성철님께서 2003년 7월1일에 즈음에서 작성해주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