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마이 투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
저는 베트남사람 레티마이투라고 합니다. 한국에 온지 약 3년이 되었고 아직 국적을 받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에 사회통합프로그램을 내년부터 실시하겠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당황했습니다.
국적을 받으려면 정부가 정해준 곳에서 공부하고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것은 이주여성들에게 너무나 큰 압력을 줍니다. 정부가 정해준 곳에서 교육을 받고 쉬운 시험을 통과하고 2년이 지나 국적을 신청하면 6개월만 기다려도 국적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요? 아마 이 제안을 듣고 많은 이주여성들이 “아, 이 건 괜찮은 제안”이라고 생각을 할 것 같은데요. 사실, 지금도 우리 이주여성들은 남편이 1년에 한번 신원보증을 서 주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되고 맙니다.
대부분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오면 여성들도 모르게 미리 여러 가지 무거운 짐이 어깨에 놓여 있는 것 같아요.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한국요리를 알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는데 요리를 해야 하는 주부로서 등 등… 또, 남편들이 나이가 많기 때문에 오자마자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고,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 해야 합니다. 이 많은 짐들을 나눠줄 사람도 없이 이주여성들이 알아서 해결하고 아이를 키울 때 모르면 친정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고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국적을 받고 싶으면 먼 곳에 공부하러 다녀야하고 이주여성들이 정신없이 이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살아야 한 것이 너무나 힘듭니다. 공부는 100년 1000년 열심히 공부해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유학생도 아니고 집안 일과 아이를 키우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는데 어떻게 다닐 까요?
우리 센터에서 한국어와 경제교육 같은 것을 하고 있는데 한 학기가 시작할 때 학생들이 많이 오지만 학기 중간이 되면 반 이상이 다양한 이유로 공부를 하고 싶지만 공부를 그만 두게 됩니다. 그 이유들은 임신을 하거나, 몸이 아프고 , 집안 일만 해도 힘들어서 일주일 2번오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특히 대부분 국제결혼 선택한 한국남자들이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남편이 혼자 일해서 버는 돈이 적어서 그 가족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서 이주여성들이 나서서 공장에서 10시간 12시간 열심히 일을 하는데 월급이 너무나 적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자기가 아내로서, 엄마로서 가정경제를 도와주지 않으면 남편과 힘든 것을 나누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주기가 힘듭니다.
남편이 일이 없거나 장애라서 부인이 일을 해야 하는 가족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가족에 도움을 주지 않고 국적을 원하면 공부하라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가정형편이 때문에 교육을 못 받는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하고 속상할까요?
내년부터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실시하면 지금 한국에 온지 1년 넘은 사람과 저처럼 한국에 온지 2년 넘었는데 국적을 신청하지 않은 사람은 한국어를 이미 배우고 잘 하고 있어도 교육을 받지 않으면 국적을 빨리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국적을 처리하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늘리지 않으면 당연히 교육을 안 받은 사람이 국적을 신청하러 가면 교육을 받는 사람들을 먼저 해 주기 때문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밀리게 될 것입니다. 한국정부가 국제결혼은 쉽게 하라고 하면서 국적을 받을 때는 왜 이렇게 어렵게 해야 합니까? 한국에 시집왔으면 모든 사람 다 한국 국민 아닐까요?
이주여성들을 계급으로 나누는 느낌이 듭니다.
많은 한국의 시댁 가족이나 남편이 부인, 며느리가 한국에 산지 2-3년이 넘어도 국적을 신청해주지 않고 외국인 등록증도 자기들 마음대로 며느리, 아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 숨기는데 그런 가족들이 이주여성에게 그 교육 받으러 가라고 해줄 것 같다고 생각을 합니까? 그러면 보내주지 않는 시댁가족들한테 무슨 강제를 하는 방법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후에 이것을 실시하려고 하는 것입니까? 국제결혼은 계속 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면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여성들이 얼마나 교육을 받으러 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까? 제 생각에는 30프로도 안 될 것 같습니다. 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좋지만 교육을 못 받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에 산지 2년이 되면 국적을 신청할 수 있고 신청한 뒤에도 1-2년을 기다려야 국적을 받을 수 있잖아요? 그러면 총 4년이나 되는데 교육을 받은 사람들한테는 먼저 해주게 되면 교육을 받고 싶지만 못 받은 사람들은 더 기다려야 할텐데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이주여성들이 집과 가까운 곳에서, 마음이 편한 곳에서, 공부하고 싶은 곳에서 한국어 공부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의 말대로 쉬운 시험을 볼 거라면 저는 왜 굳이 그 쉬운 시험을 봐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적을 처리해 주는 공무원 수가 적어 국적처리가 오래 걸린다고 하는데, 그럼 왜 일만 더 만들어서 여러 사람 힘들게 하고 공무원에게도 일이 많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디에서 공부하느냐는 국적 취득과 상관없이 이주여성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