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이 생각하는 ‘한국의 이주여성’>
보살핌, 또 다른 차별?
솝다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몽골 상담원
외국이면 이웃나라밖에 몰랐던 조상들과 달리 현대의 사람들은 외국과 외국문화, 풍습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알아보고 직접 가보기도 하는 시대가 시작된지 반세기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인류의 역사속에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는 시기가 없었을 만큼 외국에 대해 알면 알수록 가보고 싶어지는 나라가 생겨 자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국을 떠나는 사람들 중에는 여성과 남성이 똑 같이 존재한다. 이주는 남녀 상관없이 하는 것이다. 목적도 거의 비슷한데 체류 방식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남자들은 외국에 노동하러 체류할 수 있는데 여성은 그런 허락을 쉽게 얻을 순 없다. 그래서 여성들이 대부분 결혼으로 이주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에서는 외국에서 시집 온 여성을 결혼이주자라고 하는데 꼭 그렇게 불러야 하는지, 나는 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이주 여성들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이미지가 다른 이주자와는 다른 것 같고, 좋지 않은 것 같다. 힘이 없고, 가난하니까 한국사회의 제일 약한 계층이라고 한다. 그렇게 말하는데는 ‘이주’라는 단어 한마디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다문화 사회를 말하면서도 이혼율이 높아졌다고 하는 비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배움이 느리고 게임 중독에 빠져있다는 것 등 안 좋은 이미지들이 너무 많은데 그 나쁜 것들의 원인이 결혼이주여성들인 것 같은 편견적인 생각이 너무 많다. 나도 결혼이주여성인데 그 생각을 반박하고 싶다. 다문화 가정이 잘 못 사는 이유가 외국인 아내, 외국인 며느리한테 있다고 하지 말고 가장인 한국 남성들한테 이유를 따져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한국은 가부장 중심 문화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한국인 가부장이 가족들 앞에 책임을 지지 못 하는 것, 부양자로서 책임있게 살지 못 하면서 결혼을 서두른 이유를 깊이 돌이켜보아야 한다.
이주여성은 이주 초기에 언어 수준이 한국인 초등학생과 차이가 없다고 할지라도 재능과 기술, 지식을 갖고 있는 여성들이다. 약자라고 해서 보살펴 주겠다는 행위가 오히려 이주여성들한테 상처를 주는 것이 제일 싫다. 이주한 것이 사실이지만 누군가한테서 차별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다. 그냥 놔두면 좋겠다. 여러 가지로 의심하고 건드리지 않고 그냥 시간을 주면 적응할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국제결혼이든, 국내결혼이든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옛날부터 여자가 남의 땅, 남의 집에 가서 사는 방식으로 계속되어 왔다. 그러므로 외국에서 시집 온 여성을 ‘이주자’라고 하면 어떤 면에서는 한국인끼리 결혼한 경우도 그 신부가 이주자라고 말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