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매칭 받은 분은 용답역에 사시는 여디 빚두안씨였습니다. 빚두안씨께서는 한국에 사신지 6년이 다 되어 가고 있었지만 제한된 한국어만 반복적으로 사용하다보니 아는 어휘의 수가 매우 적어 왼쪽, 오른쪽과 같이 기초적인 단어들도 확실하게 알지 못하셨습니다. 또한 문장으로 말하기 보다는 단어를 조각조각 이어 붙여서 말을 하셨기 때문에 의미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주 여성 센터에서 나온 <여성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어 교재 초급>을 가지고 함께 공부하였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여성 결혼이민자를 위해 쓰였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화나 단어, 문법들이 쉽게 제시되어 있어서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빚두안씨께서는 저와의 수업시간 이외에는 혼자서 따로 복습을 하시거나 한국어 공부를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배운 내용을 금세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주 저번시간에 배운 내용으로 간단하게 학습지를 만들어가 숙제로 내드리거나 진도를 나가기 전 복습하는 의미에서 함께 풀어보곤 했습니다. 빚두안씨께는 어린 아들이 있었는데, 교재에 낙서를 하거나 울며 보채는 일이 많아 수업하는데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와 저 둘이서만 공부하는 것에 심통이 나서 자신도 관심을 받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아기를 위해 색칠공부나 스티커 책등을 준비하여 엄마 옆에 앉혀 함께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정의 목적이 한국어 교육이지만 저는 단어를 몇 개 더 알려드리고, 진도를 한 과 더 나가는 것에 조바심을 내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수업을 하지 않더라도 여성분과 함께 이야기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으로 매칭 받은 분은 당티쿠엔씨입니다. 쿠엔씨는 한국에 오신지 2년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잘하십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시는 어휘와 어법이 많아 역시 센터에서 받은 <이주여성을 위한 한국어 교재 중급과정> 교재를 가지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성분의 발음과 억양이 자연스러워지고 띄어 읽기를 제대로 하실 수 있도록 본문과 문제의 질문 등을 모두 소리 내어 읽도록 지도합니다. 또한 쿠웬씨께서 쓰기에 매우 약하셔서 매일 진도 나간부분에 대해 받아쓰기를 보고 있습니다. 가끔 우리에게는 쉽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접할 때는 베트남 사전을 찾아보거나, 단어 뜻이 쉽게 풀이되어 있는 초등학생용 국어사전을 참고하여 설명해 드립니다.


  교육을 나가면서 어려웠던 점은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어떤 교재를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서점에 가서 막상 교재를 고르려고 해도, 여러 대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출판한 교재들이 많아 여성분 수준에 맞는 적절한 교재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주 여성 센터에서 자체 제작하는 교재 이외에도, 여성분들 교육에 좋은 추천 교재나 도서들을 선정해 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가정방문을 나가면 낯설고 어색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매주 수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여성분과 정이 들어 친구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성분들의 한국어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한국어뿐만 아니라 택배 부르기, 인터넷 사이트 가입하기 등 생활하는데 필요한 일이나 정보들을 알려드리면서 그분들의 한국 생활 적응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어 즐겁습니다.

                                                                                                                                                                                  남은희 자원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