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매칭이 되었던 아이는 7살, 홍서영이었습니다. 서영이는 낯을 굉장히 많이 가려서 처음 만나러 갔을 때에는 말 한 마디 듣지 못하고 와야 했습니다. 처음 세, 네 번의 수업들은 공부를 하기보다 아이와 친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버님께 서영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쭤봐서 서영이가 그림그리기나 종이접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수업 때마다 항상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책과, 종이접기 책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림을 그려주면서 옆에 이름도 함께 적어주면 종종 흥미를 보이고 글씨를 따라 쓰기도 했습니다.


  무슨 책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할지 굉장히 고민을 했습니다. 그 정도 나이의 아이를 가르쳐본 적도 없고, 함께 놀아본 일도 드물었기 때문에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을 할 수가 없었고 서영이가 수업에 잘 따라줄지도 의문이었습니다. 아버님이 알려 주신대로 한글 자음, 모음을 쓰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다정 선배들이 추천해둔 책을 참고해서 직접 서점을 가서 책을 이것저것 비교해보았습니다. 그림이 많고, 색칠 공부를 할 수 있고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책으로 골랐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에는 그림 그리기, 스티커 등의 요인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특히 한 페이지를 끝낼 때마다 스티커를 붙여주면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공부 효율이 오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책을 고르고 나서는 책을 가지고 수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서영이가 낯을 가리며 말을 하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서영이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님은 자음이나 모음을 쓰는 것부터 배워야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실제 서영이는 자음, 모음 쓰는 법들을 유치원에서 배워 알고 있었고 영어 알파벳도 알고 있었습니다. 수준을 가늠해본다면 제가 골라갔던 책은 서영이에게 비교적 쉬운 수준이었습니다. 책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내용을 알고는 있었지만 문제는 서영이가 공부하기를 꽤나 싫어한다는 사실, 그리고 기분에 따라 공부 효율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자기가 아는 것들을 줄줄이 말하면서 하루에 6~7장씩 진도가 나갔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책을 쳐다보기도 싫어했습니다. 공부를 최고로 하기 싫어한 날, 수업하기가 너무 힘들어 결국 한 시간을 전부 그림 그리고 종이접기 하며 보냈습니다. 알고 보니 오전에 서영이가 동물원에 견학을 다녀와서 피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영이와 이야기 하다가 수업 끝날 때쯤에서야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런 점은 아버님께서 미리 알려주셨으면, 싶은 생각도 있었고 서영이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수업을 진행하려 했던 제 잘못이 큰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 밖에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수업을 흐지부지하게 끝냈다는 것입니다. 그 전에도 종종 아버님께서 수업이 있다는 사실을 잊으시고 집을 비우신 적이 한두 번 있었는데 수업을 그만 하겠다고 했을 때의 상황도 그러했습니다. 수업을 하러 찾아갔더니 집에 아무도 없어 전화를 했을 때서야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이제 수업을 못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영이와 인사를 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아쉽게 수업을 끝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힘들었던 점만 있는 것은 아니고, 뿌듯함도 많이 느꼈기에 힘든 점이 있어도 계속 수업을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소소한 부분에서 뿌듯함을 느꼈는데, 가령 더운 여름날 수업을 할 때 직접 선풍기를 틀어 제 쪽으로 돌려준다던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창문 밖으로 고개를 쏙 내밀고 “선생님, 안녕~”이라고 인사해주는 모습을 볼 때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고는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매칭 받은 분은 터이씨입니다. 터이씨는 나이가 올해 22살로, 굉장히 젊은 분이신데 몇 달 전에 아이를 낳으셨습니다. 아이를 돌보시느라 센터에 나가지 못하셔서 가정 방문으로 교육을 받길 원하셨습니다. 터이씨의 경우 서영이와 다르게 어른이시고, 공부를 하고자 하시는 목적이 뚜렷하셔서 수업을 진행하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도 하시고, 실생활에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자주 물어보시고는 하셔서 한글을 가르쳐드리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주 여성 센터에서 나온 책을 가지고 수업을 하고 있고, 쓰는 것을 어려워하셔서 수업을 하는 것 외에도 받아쓰기 숙제를 내드리는 식으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복습을 하지 않으셔서 기억을 못하시기에 다시 복습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습 열의가 있으셔서 상대적으로 수업을 하는 데 큰 지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터이씨의 아기가 어리기 때문에 수업을 할 때에는 할머니께서 봐주시거나 옆에 뉘어놓고 수업을 하는데, 종종 울거나 칭얼대는 일이 있어 달래주느라 수업 시간이 크게 줄어들고는 합니다. 여성분들은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것을 반가워하십니다. 다른 곳에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터놓고 이야기하기도 하시기에 터이씨의 한국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수업을 갈 때마다 뿌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김연지 자원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