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노리고 임신 7개월의 캄보디아 아내를 교통사고로 사망케 한
남편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에 대한 논평
지난 5월 30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캄보디아 출신 아내 명의로 95억에 달하는 보험을 가입해 놓고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살해한 남편 이씨에 대하여 무죄 취지로 대전 고법에 돌려보냈다. 사건의 내용을 볼 때 수긍할 수 없는 판결이다.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4년 8월 23일 새벽, 충남 천안 부근 경부고속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임신 7개월의 캄보디아 출신 여성 A(27)씨가 사망했다. 운전을 한 남편 이(47)씨는 가벼운 상처만 입었으나 아내 A씨는 7개월 된 태아와 함께 현장에서 바로 숨졌다.
처음에 이 사건은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되는 듯 했다. 남편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졸음운전을 하다가 화물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들이받았다고 진술했다. 화물차와의 충돌 당시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없어서 전형적인 졸음운전사고로 처리되었다. 그러나 “이씨의 보험사기가 의심된다”는 제보로 인해 수사가 재개되었다.
이 사건은 재판 과정에서도 1심과 2심이 엇갈리는 판결로 관심을 끌었다.
1심은 ‘범행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이씨에게 불리한 간접 증거만으로는 범행을 증명할 수 없다’며 남편의 무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사고 2달 전에 30억원의 보험에 추가로 가입한 점 등을 감안하면 검찰의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남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대법원 재판부는 남편 ‘이씨가 특별히 경제적으로 궁박한 사정도 없이 고의로 자동차 충돌사고를 일으켜 임신 7개월인 아내를 태아와 함께 살해하는 범행을 감행했다고 보려면 그 범행 동기가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원심 재판부는 이씨가 중한 상해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살인의 의심을 피할 의도로 위험을 쉽게 감수할 정도로 무모한 성품 내지 성향의 보유자인지 등을 판단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남편 이씨가 사고 전까지 캄보디아 출신 아내 이름으로 가입된 보험은 26개였으며 사망보험금은 모두 합하면 95억원에 달했다. 이씨는 2008년 결혼한 뒤부터 지속적으로 아내 명의로 보험을 가입했고 매월 납부한 보험료만 400여만 원이나 됐다. 남편이 외국인 아내를 교통사고 위장 살해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 또한 사망한 부인의 혈액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음도 알려졌다.
남편 이씨에게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린 대법원의 판단은 사실상 정황은 의심의 여지가 충분하나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강하다. 캄보디아 출신 여성은 생전에 자신의 명의로 거액의 보험이 가입되었고 그것도 매월 400여만원이나 되는 보험료가 납부되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의혹들을 남긴 채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한 것은 선 듯 납득하기가 힘들다.
대법원의 판단 근거로 제시한 내용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 ‘살인의 의심을 피할 의도로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무모한 성품 내지 성향의 보유자인지 등을 판단했어야’ 했다는데 그것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판단이다. 밖에서 신사적인 남편이 아내 구타의 가해자인 경우는 많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캄보디아 출신 아내보다 국내 사정을 훨씬 더 잘 아는 한국인이고, 남편으로서 권력의 우월적 위치에 선 자가 가졌을 부정적인 태도는 고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해자가 아닌 억울한 사람이 처벌을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충분한 의심의 여지가 있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단은 상대가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 아내여서 더 남편에게 유리한 결론이 내려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2017년 6월 1일
(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